소설, 대체로 흐림

세계문학 편집자의 참을 수 없이 즐거운 세계문학 이야기

베스트셀러 3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당연히 변하지, 할 수만 있다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Aimez-vous Brahms...)》 _ 프랑수아즈 사강 시대불문 세대초월 '사랑'타령 '사랑'만큼 뻔한 소재이면서도 몰입하게 만드는 감정이 있을까?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지만 로맨스라는 장르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이 문장에서조차 사랑이라는 단어가 쓰이는구나.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이 보편적이면서도 사람들이 환상을 꾸게 한다. 하지만 그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이다. 콩깍지가 벗겨지고 난 커플들은 정으로 사귄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그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 그러니까 그 '정'마저도 식는다면 어떨까? 프랑수아즈 사강의 는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중년의 커플과 젊은 청년의 이야기다. 프랑스인은 브람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소설 속의 ..

프랑스 문학 2021.12.17

이렇게 삭막한 세상에 '나'라는 존재가 있을 순 있을까?

《정체성(L'Identite)》 _ 밀란 쿤데라 '나'라는 사람의 실체란 게 있을까? 정체성, 정체성, 정체성. 귀가 아프도록 자주 듣는 단어지만 그럼에도 너무 어색하다. 정체성은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분명 만드는 주체는 ‘나’지만 온전히 내가 만들어간다기에는 타인의 시선이 너무 많이 개입된다.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배운 것을 토대로 가치관을 형성해가고 청소년기를 지날수록 안정성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성인의 정체성은 안정적인가?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성숙해지고 관계를 가질수록 정체성은 희미해진다. 정체성에 대해 생각할수록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도 같다. 그런데, 애써 생각 속에서 밀어내려는 이 단어를 제목으로 떡 하니 내놓은 책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는 샹탈과 장마르크, 두 남녀가 관..

프랑스 문학 2021.12.14

우리에게도 빛날 권리라는 게 있는 걸까?

《황금물고기(Poisson D'or)》 _ J. M. G. 르 클레지오 현대 프랑스 문학의 살아있는 거장으로 손꼽히는 르 클레지오의 대표작인 《황금 물고기》는 1996년 작품입니다. 그가 파격적인 누보 로망 작품인 《조서》로 데뷔한 것이 1963년이니, 이 작품은 꽤나 후기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작품을 내놓은 작가가 시기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색하지 않죠. 당장 옆 동네 사람인 밀란 쿤데라나, 심지어는 하루키마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뱀꼬리를 덧붙이자면 그가 이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이로부터 12년 뒤의 일입니다. 《조서》가 정신병원 또는 군대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면, 《황금 물고기》는 치열하고 냉혹한 현실에서 ..

프랑스 문학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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