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체로 흐림

세계문학 편집자의 참을 수 없이 즐거운 세계문학 이야기

프랑스 13

[프랑스 문학사조] 18세기, 뤼미에르 혹은 계몽주의 혹은 혁명기의 프랑스

절대왕정의 엄격했던 17세기가 지나고 18세기가 도래했습니다. 강력한 왕권 아래 부흥한 프랑스는 정형화된 양식을 중시하며 그 안에서 라신, 코르네유, 몰리에르라는 고전주의 3대 극작가들이 탄생했죠. 세기말에는 파스칼과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철학자들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몇 번을 썼는데 자꾸 날라가서 이제 쓰기도 힘드네요. 각설하고 18세기로 넘어가도록하죠.   루이14세의 사후 절대왕정은 몰락하게 됩니다. 프랑스는 번영했지만 국가 차원의 개혁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사치와 향락이 더해져 이는 경제적 사회적 위기로 치닿게 됩니다. 결국 루이 16세에 이르러서는 사제, 귀족, 그리고 평민 대표로 구성된 삼부회를 소집하게 되는데 이 삼부회의 평민 계급은 이후 등장하는 국민의회의 전신입니다. 그..

非문학 2024.07.16

환갑에 소설 하나 쓱 휘갈기고 프랑스 문단을 아작 씹어먹은 건에 대하여

오르부아르 / 피에르 르메트르"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레스트 레피블리캥》(프랑스 일간지)문학은 예체능의 범주에 있습니다.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겠냐마는, 보통 예체능은 어릴 때부터 싹을 본다고 하죠. 천재는 일찍부터 알을 깨고 나온다나. 문학은 어떨까요? 사실 소설가/시인은 일찍 등단을 하더라도 전업을 하기 어려워서 빛을 늦게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슨도 58살에 첫 책을 발표했고, 국내로 보면 박완서 선생님도 마흔 가까이에 등단을 하셨죠. 오히려 이런 대기만성형 작가가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프랑스도 예외는 아닌데요, 최근(?) 예순 가까운 나이에 등단해 문단계를 말 그대로 씹어먹는 작가가 있습니다. 살아 있는 현대 작가라서 조금 낯설 수 있지만, 피에르..

프랑스 문학 2024.07.12

불후의 명작을 위해 필요한 것: 매일 커피 50잔

고리오 영감 / 오노레 드 발자크"나는 모든 역사학자, 경제학자, 통계학자를 합친 것보다발자크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프리드리히 엥겔스여러분은 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드시나요? 커피는 거의 모든 직장인의 '성수'와 같습니다. 피곤하지만 집중이 필요하고 그럴 때 반드시 찾게 되죠. 그렇다면 혹시 하루에 50잔을 마시는 사람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아직 본 적은 없는데요, 수업 때 그런 커피에 미친 소설공장장이 있다고 배우기는 했습니다. 필력에 미친놈이 카페인 도핑까지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는 아직 좋은 사례죠. 바로 오노레 드 발자크, 이하 발자크입니다. 지금 내 몸에 흐르는 게 피여, 카페인이여?오노레 드 발자크(본명은 오노레 발자크입니다. 귀족 출신인 것처럼 보이려고 '드'를 끼워..

프랑스 문학 2024.07.11

[프랑스 문학사조] 중세, 오일어? 중세 프랑스인은 기름 같은 걸로 말했나? 깔깔깔

[특집]  중세 프랑스 문학 사조중세는 그리스 문화에 말할 수 없이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 문화도 똑같이 중세에 감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에티엔 질송(스콜라학 연구자)엥간한 ​불어불문학과에는 '프랑스문학사'라는 수업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이름은 다르겠지만 대체로 비슷할 겁니다. 역사적 흐름에 따라 각 세기별로 문학사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수업인데요, 한 학기에 문학사조를 모두 관통하긴 어렵기에 약간 찍먹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제 스몰데이터에 따르면, 이 수업은  대체로 인기가 없었습니다. 워낙 얕게 찍먹하다 보니 한 학기가 지나면 뭘 배웠나 싶기도 하고, 흐름만 짚고 가는 데에도 오래 걸려서 나*위키를 느릿느릿 읽는 느낌이었거든요.하지만 지나고 보니  개별 작품을 보기 전에 이 문학사..

非문학 2024.07.10

죽을 때까지 문단계를 능욕했던 소설가(들)

06 [작가 특집] 로맹 가리 작가와 작품은 따로 떼놓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작품보다 작가의 삶이 더(혹은 비슷하게) 재밌는 경우도 왕왕 있죠. 그리고 제가 늘 하는 말이긴 하지만 작가의 삶에 작품이 온전히 담겨 있는 경우도 많아서, 작품을 잘 이해하려면 작가의 삶까지 들여다 볼 필요도 있습니다. 사람 사는 게 다 다르고 각자의 맛이 있겠지만은, '앞으로 이런 삶을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싶은 작가의 삶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삶. C'EST LA VIE.로만 카체프의 어린 시절. 잘생겼네요.1914년, 러시아의 한 유대인 부부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납니다. 이름은 로만 레이보비치 카체프. 아버지는 그와 그의 어머니를 버렸고,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유대인..

프랑스 문학 2024.07.09

19세기 프랑스에 도네이션과 별풍이 있었다면

05 나나 / 에밀 졸라"나는 어제 하루 온종일 를 읽는 데 보냈다네.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했지. 대단한 책이야, 이 사람아!"―귀스타브 플로베르(소설가)최근에 영화관에서 '가오갤 3'을 봤습니다. 시리즈물은 그 특유의 방대한 세계관을 감내할 자신이 없어 차마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편인데요 , '가오갤'은 그나마 세 편으로 딱 끝나니 좋더군요.  그래도 마블은 다 못 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대서사시 같은 세계관에 매혹되는 관객도, 독자도 꽤 많습니다. 19세기 프랑스문학에는 크게 두 시리즈물이 있습니다(정확히 말하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정도지만). 오노레 드 발자크의 '인간 희극'과 에밀 졸라의  '루공 마카르 총서'인데요, 두 작가 모두 제가 아주 애정하는 양반입니다. 이번에는 그들 중 에밀..

프랑스 문학 2024.07.08

금수저 도련님은 왜 목숨을 걸고 비행기를 탔을까

야간 비행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생텍쥐페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그는 객관적이거나 주관적인 시선을 벗어나,영혼의 눈으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_ 《르 피가로》'프랑스 문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무엇인가요? 저처럼 얕게 프랑스 문학을 공부한 사람이야 누구하지 누구하지를 고민하지만 사실 이 답은 꽤나 자명한 편입니다. 바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입니다. 작가 이름은 어색할 수 있지만, 《어린 왕자》는 누구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온라인 서점 프랑스 소설의 순위를 보고 있는데요, 《어린 왕자》는 역자·판본·출간 시기를 가리지 않고 늘 상위에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린이를 위한 작품으로, 요새는 어른을 위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 읽어도 좋은 작품입니다. ..

프랑스 문학 2024.07.06

자타공인 블랙코미디 맛집. 그런데 이제 말장난을 곁들인

"신랄하고 도발적이고 특별하고 오만한 특유의 모습에 충실한 신예 작가"_ 《상트르 프랑스》누군가 "프랑스 소설 좀 추천해달라"라고 하면, 얕은 고민에 빠집니다. "음... 플로베르랑 프루스트, 아 그리고 카뮈도 읽으세요"라고 기계적으로 대답…하기엔 너무 추천봇(bot) 같지 않나요? 보통 '서울대 권장 100선' 같은 뻔한 리스트를 기대하고 물어보는 건 아닐 테니 말이죠(그렇다고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원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볼테르의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사르트르의 《닫힌 방, 선한 신》,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권합니다. 이 셋은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던 시절에도 '재미있다'라는 인상이 남았고, 실제로 조금 알고 다시 보니 '의미도 있다'의 범주에 드는 ..

프랑스 문학 2024.07.05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역사의 운율은 반복된다. 〔그날의 비밀 - 에리크 뷔야르〕

《그날의 비밀(L’Ordre du jour)》 _ 에리크 뷔야르 노벨문학상도 좋지만, 가끔은 공쿠르상 매년 10월, 출판계에는 '찻잔 속의 폭풍'이 입니다.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는 시기이기 때문인데요, 각종 서점과 출판사 그리고 언론계(일부)는 발표 순간을 카운트다운하듯 기다립니다. 올해 수상자는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가 되면서, 한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작년의 루이즈 글릭도 그렇고, 국내에 소개된 적 없는 작가였거든요. 덕분에 작가 이름의 표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잠시 동안 뜨거운 관심사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국내 M 출판사에서 번역­ 및 출간될 것으로 보입니다(저도 듣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밀란 쿤데라, 무라카미 하루키 등 국내 출판사들이 좋아할만한 작가들이 연거푸 물먹으면서 '노벨..

프랑스 문학 2021.12.19

나를 사랑하는 저 사람을 지독한 파멸의 늪으로!

《나나(Nana)》 _ 에밀 졸라 루공 마카르 가문에는 소설 같은 저주가 내려져 온다네 《나나》는 에밀 졸라 〈루공-마카르총서〉의 아홉 번째 소설이자 《목로주점》에서 이어지는 작품이다. 《목로주점》에서 밑도 끝도 없이 불쌍하고 애잔했던 제르비주의 딸내미 나나의 이야기로, 에밀 졸라의 작품 아니랄까 봐 상황이나 묘사가 처절하다. 처절하고 비참하기는 하지만 사실 주인공 나나가 비참하기보다는 나나의 치명적인 매력에 감염된 그녀 주위의 남자들이 처참한 것인지라 제르비주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나나의 끝도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생전에 하고 싶은 것은 다 하고 갔으니 비극의 유전자로 똘똘 뭉친 마카르 집안의 돌연변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나 주위의 남자는 최소 파산에 이르거나 가난을 비관하며 자살했고 그런..

프랑스 문학 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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