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체로 흐림

세계문학 편집자의 참을 수 없이 즐거운 세계문학 이야기

전체 글 31

갈레 씨, 홀로 죽다 / 조르주 심농

나는 심농의 새 소설이 나올 때마다 얼른 사서 읽는다. ―발터 벤야민(심농의) 『쿠데르 씨의 미망인』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방인』을 이렇게 쓰지 않았을 거다. ―알베르 카뮈만약 아프리카 우림에서 비 때문에 꼼짝 못하게 되었다면, 심농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대처법은 없다.그와 함께라면 난 비가 얼마나 오래 오든 상관 안 할 것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토록 화려한 찬사가 있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예전부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드디어 봤다. 작품 이전에 잠깐 작가 소개를 해야겠다. 헤밍웨이, 카뮈와 같은 시간을 살았고, 그 시간 동안 무수히 작품을 찍어내면서도 폼이 떨어진 적 없는, 말 그대로 '20세기 발자크' 같은 작가다. 모리스 르블랑처럼 '매그레 탐정'을 내세운 추리소설을 주로 ..

프랑스 문학 2024.07.17

내 남편이 나몰래 바람피고 있으면 어떡하지? 죽일까?

✰✰✰ 데뷔와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희귀한 작품.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그만큼 의심하는 '아내', 그런 아내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독자는 '아내'가 남긴 사랑의 자취를 따라 두 남녀의 아슬아슬한 일주일로 빠져든다.​프랑스 독자들이 열광한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온갖 곳에서 '프랑스스러움'(?)이 흘러넘친다. 지독한 망상,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개방된 성, 평범한 일상이 흘러가면서도 없으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꼭 어딘가 있는 반전까지. 지독한 사랑과 의심이 한데 섞인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표현이 탁월하다. 남편이 자신을 귤로 비유하자, 귤을 평가절하하는 아내가 사랑이 식었다며 삐지는 씬은 서스펜스의 극치. 그 외에도 '이렇게까지?' 싶은 구석이 많아 흥미롭..

프랑스 문학 2024.07.16

[문장 아카이브] 아멜리 노통브

1.「네팔 아이들이 좋겠어.」 나는 기쁨에 차서 외쳤다.「어째서 네팔 아이들을 미워해야 하는데?」「네팔이라는 나라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직사각형이 아닌 국기를 쓰고 있거든.」놀라운 침묵이 좌중을 휩쓸었다.「정말이니?」 벌써 흥분으로 탁해진 목소리로 누군가가 물었다.나는 두 개의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공중 팽이를 길이로 이등분해 놓은 모양의 네팔 국기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그 자리에서 네팔 아이들이 적으로 선포되었다. _ 《사랑의 파괴》(열린책들, 2012) 2.「나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줘요. 나에게는 그게 꼭 필요하니까.」_ 《비행선》(열린책들, 2023) 3.이 세상은 살인자들로 득실대고 있소.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놓고 그 사람을 쉽사리 잊어버리는 사람들 말이오. 누군가를 잊어버린다는 것, 그게..

문장 아카이브 2024.07.16

[프랑스 문학사조] 20세기, 양차 대전은 프랑스(와 유럽) 문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21세기니 아마 20세기의 프랑스 문학사조를 정리하는 것이 과거로부터의 여행의 종착역이 되겠네요. 마지막 여행, 숨 한 번 크게 들이쉬고, 다시, 시작해보죠.   20세기는 지금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모르는 것이 많은 시기기도 합니다. 많은 일이 있었고 다양한 양상이 나타났지요. 20세기의 프랑스는 쉽게 정의할 수 없습니다. 굳이 한다면 '혼돈'이 맞을까요? 20세기, 그러니까 1900년대의 프랑스에는 많은 일이 있었죠. 비단 프랑스뿐 아니라 전세계를 흔들어 놓았던 세계 대전이 2번이나 있었고, 실제로 20세기를 보통 양차 세계대전을 기준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프랑스만 따로 떼놓고 본다면 19세기 극후반에 있었던 드레퓌스 사건과 그 여파가 20세기 ..

非문학 2024.07.16

[프랑스 문학사조] 19세기, 명실상부 프랑스 문학계의 최전성기!

18세기 말 1789년에는 프랑스 대혁명이 있었죠. 사회가 혼란스러웠고 왕족들과 귀족들이 뎅강-하게 되면서 시민들의 승리처럼 보였지만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왕정이 막을 내리고 공화정체제가 되는데요, 그럼에도 정치적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804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면서 공화정에서 제정이 됩니다. 여기서는 프랑스의 정치사가 아닌 문학사조를 다룰테니 조금 생략을 해보죠. 나폴레옹과 반나폴레옹-프랑스 주변 국가 포함-세력들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왕정이 복고되었고 이후 제정과 왕정, 공화정을 오가게 됩니다. 이는 나중에 따로 포스팅을 할테니 여기까지하고- 아무튼 19세기 프랑스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웠다는..

非문학 2024.07.16

[프랑스 문학사조] 18세기, 뤼미에르 혹은 계몽주의 혹은 혁명기의 프랑스

절대왕정의 엄격했던 17세기가 지나고 18세기가 도래했습니다. 강력한 왕권 아래 부흥한 프랑스는 정형화된 양식을 중시하며 그 안에서 라신, 코르네유, 몰리에르라는 고전주의 3대 극작가들이 탄생했죠. 세기말에는 파스칼과 데카르트로 대표되는 철학자들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이 부분을 몇 번을 썼는데 자꾸 날라가서 이제 쓰기도 힘드네요. 각설하고 18세기로 넘어가도록하죠.   루이14세의 사후 절대왕정은 몰락하게 됩니다. 프랑스는 번영했지만 국가 차원의 개혁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사치와 향락이 더해져 이는 경제적 사회적 위기로 치닿게 됩니다. 결국 루이 16세에 이르러서는 사제, 귀족, 그리고 평민 대표로 구성된 삼부회를 소집하게 되는데 이 삼부회의 평민 계급은 이후 등장하는 국민의회의 전신입니다. 그..

非문학 2024.07.16

[프랑스 문학사조] 17세기,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누리던 황금시대 프랑스

인간의 인간에 의한 문예 부흥 운동(르네상스)가 지나고 난 후 프랑스에는 정치적으로 큰 변동이 있었습니다. 앙리 6세(1610)와 리슐리외Richelieu부터 시작해서, '태양왕'으로 유명한 루이 14세Louis XIV가 절대군주제로 통치하던 시기기도 합니다. 17세기, 그러니까 1600년대를 크게 3기로 나누곤 합니다. 1661년을 전후로 1기와 2기, 그리고 세기말을 3기라고 합니다. 1기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적으로 정립이 잘 안되었던 시기기 때문에 혼란스러웠고, 실제로 프롱드의 난과같이 민란이 많았습니다. 1661년, 실질적으로 루이 14세를 대신해 프랑스를 통치하던 마자랭의 사후, 루이 14세가 직접 통치를 시작하면서 정치가 안정되었고 더불어 사회도 안정적이고 풍요롭게 되었습니다. 세기말에..

非문학 2024.07.16

내 첫사랑, 여전히 썅년이어줘서 고마워. 남한테도 부디, 그렇게 계속 쓰레기처럼 굴어주기를.

​아멜리 노통브의 대표작으로는 주로 《적의 화장법》(2001) 혹은 《살인자의 건강법》(1992, 데뷔작)이 꼽히지만, 나는 이 책을 먼저 알았다(그리고 이 작품이 대표작이라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책이 아니라 만화라고 해야 할까. 아마 인터넷을 오래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만화다. 짤도 돌고 돌아 여러 사이트에 있으니 어디가 오리지널인진 모르겠다. 만화 링크는 아래.​https://mania.kr/g2/bbs/board.php?bo_table=humor&wr_id=565518 무튼,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를 먼저 보자.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벨기에 작가인 노통브는 196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어라라... 벨기에야 원래 고유어가 없고 프랑스 옆에 있다지만 일본이라니(그래도 정체성은 당연히 벨기에..

프랑스 문학 2024.07.16

[문장 아카이브] 밀란 쿤데라

1.루드빅, 당신은 지옥에서 살고 있어요, 다시 말하지만, 지옥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이 가엾습니다. _ 《농담》(민음사, 1999) 2.토마스는 독일속담을 되뇌였다.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_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2009) 3.이 슬픔이란 우리는 마지막 역에 있다라는 것을 의미 했다. 이 행복은 우리는 함께 있다라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_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민음사, 2009) 4.기억은 영화를 찍는 게 아니라,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그가 모든 여자들에 대해 간직한 것은 기껏해야 마음속에 있는 사진 몇 장이었..

문장 아카이브 2024.07.16

[문장 아카이브] 알베르 카뮈

1. 그러나 리유는 몸을 일으켜 세워 앉으며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행복을 택하는 것이 부끄러울 게 무어냐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랑베르가 말했다. “그러나 혼자만 행복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요.” _ 《페스트》(책세상, 2023) 2. 삶에 대한 절망 없이 삶에 대한 사랑은 없다._ 《안과 겉》(책세상, 2024) 3. 최후의 심판을 기다릴 필요 없어요. 매일 매일이 최후의 심판이니까요. _ 《전락》(책세상, 2023)4. 이 책을 쓴 뒤로 많이 걸었으나 (…) 앞으로 나아가는 줄 알았는데 기실 뒤로 물러나고 있을 때가 흔히 있었다_ 《안과 겉》(책세상, 2024) 5. “나는 내 시대를 증오한다.” 생텍쥐페리는 죽기 전에 이렇게 썼다. 그렇게 쓴 까닭은 내가 앞서 언급한 ..

문장 아카이브 2024.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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